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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구조 교과서 (2)산업 공부/조선_기계_에너지_전력 2022. 9. 12. 12:50
아래의 1편에 이어 진행합니다
https://crspcas9.tistory.com/3
선박 구조 교과서, 이케다 요시호, 전종훈 역, 보누스, 2018 (1)
교과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깊게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큰 틀에서 선박에 대한 기초를 놓기 좋은 책입니다. 또한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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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크루즈선 속을 들여다보자
3-1. 2008년까지 세계 최대 크루즈 선이었던 프리덤 오브 더 시즈의 선가는 약 9000억이었다. 높은 선가에 비해 1주일 크루즈 요금은 약 700달러(2008년 기준)부터 시작된다. 오늘날의 크루즈선은 객실에 따라 차등 요금을 책정하더라도 승객들 모두 같은 식사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노클래스로 운용한다.
3-2. 프리덤 오브 더 시즈 같은 대형 크루즈선은 단순히 안전한 배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승객을 만족시키는 배를 설계할 수 있는지가 크루즈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된다. 설계 회사, 조선기술자, 선주 등이 참여해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도면을 완성한다.
3-3. 프리덤 오브 더 시즈의 사양. 16만 총톤. 재화중량은 불과 1만 600톤. 여객선의 특징이다. 배수량은 7만톤. 최대 속도 22.5노트. 디젤 전기추진식 채용. 선미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해 어떤 방향으로도 추진력을 낼 수 있는 포드 프로펠러 장착. 선수에는 3400kw의 출력을 내는 사이드 스러스터 4기 탑재. 악천후 시 옆으로 흔들리는 횡동요를 줄여주는 빌지 킬 장착. 선체 건조에 사용하는 강판의 넓이는 34만 제곱미터. 용접의 길이는 1629km에 이른다. 물이나 기름을 옮기는 파이프는 160km, 전선은 3500km에 이른다. 도장에 사용한 페인트는 42만 리터로 드럼통으로 환산하면 1000개에 이른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재료가 필요하다.
3-4. 디젤 전기추진식 시스템은 디젤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고 전동 모터를 돌려서 스크루 프로펠러를 회전시킨다. 이렇게 전동 모터와 스크루 프로펠러가 함께 있는 형태의 추진기를 포드 프로펠러라 부르며, 1980년대에 핀란드에서 개발했다. 어느 방향으로도 추진력을 낼 수 있으므로 방향타가 필요 없다. 프리덤 오브 더 시즈는 이런 포드 프로펠러 3기를 탑재했다.
3-5. 프리덤 오브 더 시즈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증류기를 4기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4934명이나 되는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물을 공급한다. 2기는 증발식, 2기는 필터를 사용하는 역삼투압식이며 매일 2700톤의 물을 만들 수 있다. 증발식은 바닷물을 높은 진공 속에서 엔진의 페열로 증발시켜 담수를 얻는다. 역삼투압식은 물만 통과할 수 있는 반투막 필터를 사용한다. 4934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은 1400톤에 이른다. 프리덤 오브 더 시즈는 청수 탱크에 5800톤의 물을 보관할 수 있다.
3-6. 갑판의 시설들로는 수영장, 뷔페 레스토랑, 복싱 에어로빅 등을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시절, 산책로, 자쿠지 욕조, 서핑을 위한 유수 풀, 클리이밍 암벽, 농구 골대, 미니 골프장, 바이킹 크라운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3-7. 프리덤 오브 더 시즈의 여객 선실은 총 1817실이다. 바깥쪽 선실은 아웃사이드 캐빈이라 부르며 바다로 창이 나 있고, 베란다가 붙어 있는 곳도 있다. 한편 안쪽에도 객실이 배치되어 있으며 인사이드 캐빈이라 부른다. 안쪽 객실에는 일반적으로 창이 나 있지 않다. 그 외 편의시설과 객실의 면적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요금이 책정된다.
3-8. 호화로운 식사. 24시간 언제든 즐길 수 있고 원한다면 하루에 여섯 끼도 먹을 수 있다.
3-9. 안쪽 객실들은 바다를 향한 창문이 없지만 천장까지 훤히 트인 구조로 되어 있고 천장의 조명은 시간대에 따라 변한다. 선체 중심선을 따라서 긴 프롬나드가 있다. 유럽의 아케이드 상점가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로열 프롬나드다. 안쪽 객실들은 이쪽을 향하는 창이 있어서 아케이드 상점가를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3-10. 영화관, 극장, 카지노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3-11. 프리덤 오브 더 시즈에는 1360명의 승무원이 승선해 3634명이나 되는 승객의 안전과 각종 서비스를 위해 힘쓴다. 120명은 운항을 책임지며 1240명은 여객 서비스를 담당한다.
3-12. 배의 조리실을 갤리라고 한다. 5000명에 달하는 승선자의 요리를 만들어야하므로 매우 넓은 공간에 각종 조리기가 들어가 있다. 일주일에 무려 10만끼 이상을 만든다.
CHAPTER 4 배가 만들어지기까지
4-1. 배는 기본적으로 주문생산, 즉 오더메이드 제품이다. 주문주가 어떤 배를 언제까지 만들어달라고 조선소에 요청하면 조선소는 설계를 한 뒤 건조 가격을 산출해 주문주에게 전달하고 합의가 되면 건조 계약이 맺어진다. 그렇다고 바로 건조 작업에 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선대와 건식 독이 필요한데 앞서 다른 배를 건조 중이라면 바로 시작할 수 없다. 배 건조에 관한 견적을 의뢰하고 배가 완성되기까지는 빨라도 2년, 늦어지면 3~5년이 걸린다. 주문이 없을 때 미리 배를 만들어두고 호황이 오면 팔 수도 있다. 이런 선박을 기상선이라 부른다.
4-2. 견적의뢰 후 비슷한 배의 자료를 활용해 작업을 시작하는데 이 배를 기준선이라 부른다. 이 기준선을 기본으로 주문주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정을 거듭해 설계를 완성하는데 이 작업은 조선기술자(Naval Architect)에 의해 진행된다. 바다의 건축가로 불린다. 엔진 기관 기술자, 전기기술자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해나가는게 조선기술자의 역할이다. 역학적으로 훌륭한 설계 뿐만 아니라 환경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법률적 기준도 감안해야한다. 주문주와 끊임없이 반복적인 검토를 해야하는데 이런 설계방식을 디자인 스파이럴(design spiral, 설계나선)이라 부른다.
99쪽, 그림 자료 4-3. 선주는 여러 조선사의 견적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조선소에 건조의향서(LOI)라 부르는 확약서를 발행해 정식으로 건조 발주를 한다. 조선소는 기본 설계 작업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기관실과 선체 구조 등을 꼼꼼하게 만들어나가는데 이 중에는 선급협회나 나라의 승인이 필요한 절차도 많다. 이후 상세 설계 단계로 들어가면 복잡한 도면이 제작되기 시작한다. 그물망 같은 배관 배선의 도면까지도 3차원 CAD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첫 블록을 선대에 탑재하는 기공식, 배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식, 배를 선수에게 건네는 인도식 일정을 밟는다. 선주는 보통 계약, 기공, 진수, 인도시에 건조 가격의 1/4씩을 지불한다.
4-4. 필요한 강판의 양을 추정하기 위해 외판을 평면적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외판 전개'라 한다. 새 강판도 녹이 슬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숏 블라스트(shot blast)라는 장치로 녹을 제거한다. 이 작업은 작은 쇠구슬을 강판 표면에 고속으로 부딪혀서 표면을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후 절단기로 차레차례 절단한다. 가스 절단기나 플라즈마 절단기가 사용된다. 강판을 굽히는 작업은 프레스 기계에서 직접 힘을 가해서 굽히며 복잡한 3차원 곡면은 '선상가열 가공 작업'이라 부르며 특수한 기술이 요구된다. 강판을 버너로 가열하며 서서히 곡면을 만든다. 이 작업을 반복해 설계도와 같은 곡면을 되도록 가공한다. 이렇게 가공된 재료들은 용접을 통해 붙여나간다. 판에 뼈대를 붙여나가는 작업을 '소조립'이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은 더 큰 블록으로 조립된다. 블록은 조선소 안의 공장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공장이나 해외에서 만들 수도 있다.
4-5. 점점큰 블록으로 만들어가면서 최종 크기의 블록으로 선체를 조립해 완성하는 것을 '대조립'이라 부른다. 블록 트랜스포터라 부르는 전용차량을 활용한다. 대조립은 선대나 독 근처에서 한다. 블록 건조 과정에서 미리 배관이나 전기공사 등을 해두면 추후 의장공사가 수월해진다. 이것을 선행의장이라 부른다. 두 블록이 서로 맞지 않으면 곤란하므로 블록 제작 과정의 정밀도는 매우 중요하다.
4-6. 모든 블록을 다 연결하면 선대 위 배의 모습이 완성된다. 선미에 프로펠러를 설치하는데 엔진의 회전축과 일직선으로 정렬되도록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축심 맞추기'라 부른다. 진수 전 작업 중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제 진정한 배로 태어났다. 선주를 초대해서 성대하게 진수식을 치르고 배에 이름을 붙이며 육지와 연결된 밧줄을 자르는 의식도 치른다. 샴페인 브레이킹도 한다. 선대는 원래 2~3도 기울어져 있어서 배를 지탱하던 트리거를 제거하면 배는 선미부터 바다로 들어간다.
4-7. 앞에서 처럼 선대에서 하는 진수도 있지만 최근 대형 선박은 건식 독(dry dock, 건선거)에서 건조하는 경우가 늘었다. 건식 독은 해안선에 만들어진 수영장 같은 시설이다. 바다와는 문으로 경계지어져 있고, 물이 없는 공간에서 배를 건조한다. 선대에는 경사가 있지만, 건식 독 바닥은 수평을 유지하므로 건조가 수월하다. 배를 완성하면 서서히 물을 넣어 배를 띄우고 선대에서와 같은 어려운 진수 작업이 필요 없다. 다만 배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감동적인 진수식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한편 소형 배는 부양식 독(floating dock, 부선거)에서 건조하기도 한다. 이때는 물 위에 떠 있는 부양식 독의 탱크에 물을 주입해서 독을 가라앉히고 독 안의 배를 띄운다. 한국의 조선소에서는 대형 선박을 육상에서 건조한 후, 수평으로 이동시켜 안벽에 띄운 바지선에 싣는다. 그 바지선을 가라앉혀 배를 바다 위에 띄우는 건조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4-8. 진수가 끝나면 의장공사에 들어간다. 행해기기, 엔진 같은 내부 기기류를 설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정한다. 의장공사는 선체의장, 기관의장, 전기의장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복잡한 작업의 연속이므로 공정관리 수준을 보면 조선소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선체의장에서는 승객과 승무원의 거주 구역, 배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항해기기와 통신 장치, 각종 하역 장치, 계류 장치, 소화-구명 장치, 각종 배관 작업 등을 한다. 기관의장은 주기와 보기 탑재와 조정이 주업무다. 주기(주기관)는 배를 추진하기 위한 엔진이며, 보기(보조기관)는 선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드는 엔진이다. 이 밖에도 각종 펌프류, 보일러, 핀 안정기, 사이드 스러스터 와 같은 각종 기계류를 설치한다. 전기의장에서는 선내 전기배선과 전기-전자 기기류를 설치한다.
4-9. 의장공사가 끝나면 검사가 시작된다. 선주 검사와 선급 검사가 있다. 배 건조 중에 선주가 파견한 감독자, 선장과 기관장이 계약대로 배 건조가 되고 있는지 검사를 하게 된다. 이것이 선주 검사다. 선급 검사는 배를 등록하게 될 '선급협회'의 검사관이 배가 규정대로 건조되었는지 검사하는 작업이다. 안벽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충분한 조정이 끝나면 이제 해상 시운전을 실시하는데 이때까지는 배의 소유자가 조선소이므로 '독 마스터'라 부르는 조선소 선장의 지휘에 따라 2~5일간 시운전이 이루어진다.
4-10. 공식 시운전에서 먼저 속도를 테스트한다. 계약한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위약금을 지불하게 된다. 만약 지나치게 부족하면 배를 인수하지 않는 최악의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속력시험은 최근에는 GPS로 계측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조종성능을 테스트한다. 급정지시험에서는 배가 전진하는 상태에서 프로펠러를 역회전시켜 정지하기까지의 궤적을 기록한다. 이 밖에도 지그재그로 항해하는 Z시험, 앵커 테스트, 진동과 소음 측정도 실시한다.
4-11.선주에게 인도된 배의 첫 영업항해를 처녀항해라 부른다. 배는 매우 복잡하고 거대하며 초기에 다양한 기술적 문제 등의 불량이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취항 후 얼마간은 보증기사라 불리는 조선소의 기술자가 승선해서 승무원과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조선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기술과 품질이 발전해 보증기사가 승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선소의 보증기간은 배를 인도한 후 1년이다.
CHAPTER 5 배를 움직이는 기술
5-1. 배를 움직이는 스크루 프로펠러의 원리는 선풍기가 바람을 만드는 원리와 같다. 날개는 회전 방향으로 붙어 있지 않고, 회전면에 대해 어느 정도 기울기를 가지고 있다. 이 각도를 피치각이라 하는데,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다. 회전하는 날개는 피치 덕분에 주변 공기의 흐름과 어떤 각도만큼 비껴서 부딪힌다. 이 각도를 받음각이라 한다. 날개와 같은 판형의 물체가 공기의 흐름에 대해 받음각을 가지고 만나면 양력이 작동한다. 양력이란 유입되는 흐름에 대해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인데, 비행기 날개에 작용해서 무거운 비행기를 공중으로 떠오를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받음각을 가진 비행기 날개는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꿔서 날개 뒷부분에서는 공기를 아래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 이렇게 아래로 향하는 흐름의 반작용으로 위로 향하는 양력이 발생한다. 스크루 프로펠러의 피치각만큼 틀어져 있는 날개는 물의 흐름에 대해 받음각이 있다. 그 받음각으로 배의 후방으로 빨리 물을 흘려보내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물의 흐름과 공기의 흐름은 유체역학 관점에서 보면 서로 같다.
<양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 2개를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ZoJbc83Sq8
5-2. 배도 비행기가 나는 양력의 원리로 추진한다. 받음각을 가진 날개 주변의 유체 흐름은 유체가 부딪히는 앞쪽에서는 속도가 느려지고, 뒤쪽의 윗부분에서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유체 내에서는 흐름이 빠를 수록 압력이 낮아진다는 성질도 있다. 즉 흐름이 빠른 뒤쪽의 윗부분은 압력이 낮고 앞쪽은 압력이 높다. 따라서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힘이 작용한다. 이것이 양력이다. 이 양력을 사용해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스크루 프로펠러다. 대형 선박 대부분이 이 스크루 프로펠러를 사용한다. 고속선은 워터 제트(물분사 추진기)라는 추진기를 사용한다. 이는 빨아들인 물을 빠른 속도로 분출해서 그 반작용으로 배를 나아가게 한다. 워터제트와 스크루 프로펠러의 원리는 양쪽 모두 날개의 양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지만, 워터 제트의 날개는 파이프 안에 설치한다는 점만 다르다.
5-3.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엔진을 주기, 발전을 담당하는 엔진을 보기라 부른다. 과거에는 사람이나 바람의 힘을 이용했다.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돼 증기터빈으로 대형선박의 출력에 활용했다. 다음에 등장한 것인 내연기관이다. 석유와 같은 액체 연료를 실린더 안에서 폭발시켜 그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인다. 내연기관은 증기를 만들기 위한 보일러가 필요 없고, 증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내연기관 중에서도 디젤 엔진이 배의 주요 엔진으로 사용되고 있다.
5-4. 증기기관과 증기터빈은 보일러에서 증기를 만들기 위해 수십명의 일꾼들이 가마에 계속해서 석탄을 삽으로 던져 넣어야 했다. 석유의 등장으로 중노동에서 해방되었다. 배의 외관도 크게 바꾸었다. 증기터빈선은 대량의 연기를 배출해야했기에 거대한 굴뚝이 필수였다. 굴뚝의 굵기와 개수가 뛰어난 선박의 상징과도 같았다. 선박에 사용되는 석유의 종류는 다양하다. 고속 디젤 엔진은 투명한 경유, 중저속 디젤 엔진은 중유를 사용한다. 중유도 점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비극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거대한 굴뚝을 4개 가지고 있었다.
5-5.엔진의 힘은 일률을 표현하는 단위인 '마력'을 사용한다. 일은 힘이 작용해서 물체가 이동했을 때, 물체가 이동한 방향으로 작용한 힘과 거리의 곱이다. 즉 배를 나아가게 하려면 배에 작용하는 힘, 저항에 이동거리를 곱한 양만큼의 힘을 엔진이 만들어내야 한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800배나 높다. 저항은 밀도에 비례해서 커진다. 배에 작용하는 저항은 세 종류로 나뉘는데 조파저항(수면의 물결이 주는 저항), 마찰저항(잠긴 선체의 표면을 따라 작용), 조와저항(선미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가 선체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을 강하해서 발생)이 있다. 잠수함처럼 잠겨버리면 조파저항은 없어질 것이다.
5-6. 물에 있는 배는 손으로 살짝만 밀어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지만 속도를 높여나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파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어느 정도 속도'가 빨라지면 제곱값보다 더 크게 급증한다. 조파저항이 커지기 때문인데 이 속도에서는 아무리 엔진 마력을 크게 해도 겨우 수 노트 정도밖에 올리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를 '조파저항의 벽'이라 부른다. 이 어느 정도의 속도란 노트로 표현되는 실제 배의 속도가 아니라 프루드 수(Froude number) 라는 값이다. 배의 속도를 배의 길이와 중력가속도를 곱한 값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이다. 20세기 초 영국의 윌리엄 프루드라는 조선기술자가 발견했다. 이 프루드 수가 0.3이 넘으면 조파저항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조파저항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선체를 가늘고 길게 만들거나(쌍동선) 선체를 수면 위에서 떠오르게 하는 방법이 있다.
5-7. 항해하는 배에서 볼 수 있는 물결을 켈빈 파라 부른다. 물결은 에너지를 가지고 배는 그만큼의 저항을 가진다. 이것이 조파저항이다. 큰 물결이 일어날수록 조파저항도 커진다. 고로 어떻게 물결을 줄일 수 있는가가 조선기술자들에게 큰 과제였다. 물결이 간섭하는 원리를 이용해 조파저항을 줄인 것이 수면 아래의 선수에 공처럼 튀어나온 구상선수다. bulbous bow 라고 부른다. 튀어나온 구상선수에서 만드는 물결과 선수부에서 만들어진 물결이 서로 간섭해서 상쇄되는 것이다. 구상선수를 가진 배는 2차 세계대전 전부터 있었지만, 이론은 도쿄대학에서 만들어졌다.
5-8. 조파저항을 줄이는 다른 방법은 일단 배를 가늘고 길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가늘고 길게만 만든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도 한계가 존재하고 지나치게 가늘고 길면 복원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 배의 전장과 폭의 비가 9를 넘게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가늘고 긴 선체 두 개를 옆으로 늘어놓고 공중에서 갑판으로 연결한 쌍동선, 가늘고 긴 선체의 양쪽에 작은 선체를 붙인 삼동선이다. 그렇다면 선체가 하나인 단동선은 조파저항을 줄이면서 고속으로 갈수 없나? 여기에 대한 답이 활주정이다. 활주정은 선저에 양력을 가해 그 힘으로 배를 떠오르게 해서 저항을 줄인다. 소형 모터 보트가 대표적인 예다.
5-9. 마찰저항은 유체의 점성 때문에 발생한다. 선체 표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마찰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체의 표면적을 줄이는 방법 말고도 공기방울을 만들어서 선저의 마찰저항을 줄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선저에서 작은 공기 입자를 분출해서 저항을 줄이는 마이크로 버블이나 선저에 공기층을 만드는 것도 연구 중이다. 일본 해상기술안전연구소에서 효과가 검증되었고 5~10%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상햇다. 마이크로 버블을 발생시키는 장치로는 이미 'R and D Engineering'(미국의 기술 회사)에서 WAIP(Winged Air Induction Pipe)라는 장치를 실용화했다.
5-10. 조와저항도 마찰저항과 마찬가지로 유체의 점성으로 발생한다. 선체 표면 근처에서 점성 때문에 에너지를 잃어서 속도가 느린 얇은 층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경계층이라 부른다. 경계층은 선미로 갈수록 점점 두꺼워져 대형 선박의 선미에서는 1~2m 정도의 두께까지 커진다. 이렇게 에너지가 감소한 흐름이 선미로 향하지 않고 물체 표면에서 떨어지면 큰 소용돌이를 만든다. 이것을 박리 또는 소용돌이 방출이라 부른다. 경계층이 두꺼워지다가 결국 박리되어 소용돌이를 방출하기 시작하면 저항이 발생한다. 박리는 물체의 뒷부분이 둥글면 특히 강화되므로 뒷부분을 매끄럽게 만든 것이 유선형이다. 물속에서 고성능이 필요한 잠수함은 유선형에 가까운 누적형(teardrop, 눈물방울 형태)으로 저항을 줄인다.
5-11. 선박은 설계 단계에서 배의 저항과 추진기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모형 실험을 한다. 시험 수조에서 저항시험을 실시하고 측정한 저항을 기반으로 실제 크기의 배에 작용할 저항을 추정하는 것이다. 오차가 1~2%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다. 시험 수조 외에 회류 수조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형을 고정한 채 물의 흐름에 부딪히게 해서 저항을 측정한다. 컴퓨터로도 배의 저항과 배 주변의 흐름을 계산할 수 있다. 이 방법을 CFD(Computational Fluid Dynamics. 컴퓨터 유체역학)라 부른다. 아직 모형실험 수준으로 정확하진 않다고 한다.
마지막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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